2025. 6. 17. 14:48ㆍetc

을지로를 떠올리게 하는 삿포로.
하지만 조금 더 정돈되고, 조금 더 도시의 느낌도 있다.
삿포로에서의 두 번째 아침은 그렇게 새소리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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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도리 공원부터 스스키노까지, 천천히 걸어가는 여정
숙소를 나와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 보면, 도시 한복판에서 문득 초록을 만난다.
정갈하게 다듬어진 길, 사람들의 웃음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그곳이 바로 오도리 공원이다.
공원 너머로 슬며시 모습을 드러내는 삿포로 TV 타워,
조금 더 걷다 보면 활기찬 시장이 펼쳐진다.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한 니조시장.
그리고 길을 건너면,
불빛이 반짝이는 스스키노에 도착한다.
그 중심엔 붉은색 니카 전광판,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포토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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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투어, 그리고 5월의 선선한 바람
전광판을 지나 몇 걸음만 더 가면,
우리가 예약한 비에이 & 후라노 버스투어 집결지가 나온다.
5월의 마지막 날.
서울은 벌써 여름이 시작된 듯 더웠지만, 삿포로의 공기는 아직 봄의 끝자락에 머물러 있었다.
햇살은 따사롭고, 바람은 살랑인다.
하지만 밤에는 다시 쌀쌀해진다.
그래서일까. 나는 좋았는데, 대장은 조금 추웠다고 했다.
이곳의 일교차는, 감기와 봄바람 사이를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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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식과 느긋함을 포기할 수 없어서
우리가 선택한 건, 와그의 ‘흰그림자투어’.
다른 투어가 아침 7시 30분 집결인 데 비해
이 투어는 9시 30분까지 도착이면 되니,
느긋하게 조식을 즐길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았다.
삿포로의 조식은 늘 정성스러웠고, 그 여유는 여행의 분위기를 바꿔줬다.
가끔 여행에서도 서두르지 않는 선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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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정차지, 팜 토미타에서의 봄

두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팜 토미타.
아직 라벤더가 활짝 피지 않은 시기였지만,
그래서 오히려 조용하고 깊었다.
한국에선 이미 초여름이지만, 이곳엔 아직 봄이 머물러 있었다.
우리는 멈춰서고, 걷고, 또 사진을 찍었다.
작은 들꽃과 햇살, 선선한 바람이 만든 풍경은 말보다 강했다.
이날따라 유난히 아이스크림이 당겼다.
팜 토미타에서도, 휴게소에서도, 또다시 아이스크림.
아마도…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라,
그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서였을지도.
※ 참고: 여긴 카드 사용이 안 되니, 꼭 현금을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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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신관, 조용한 풍경 속을 걷다



다음은 탁신관.
작은 정원과, 비에이의 풍경 사진들이 조용히 전시된 공간.
도시에서 벗어나 작은 숲길을 걷는 기분이 든다.
작년엔 가지 못했던 자작나무 길도, 올해는 걸을 수 있었다.
길은 짧았지만, 그 안에서의 시간은 길게 느껴졌다.
천천히 걸어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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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언덕 위에서

차를 타고 언덕으로 올라가면,
푸르른 초원이 끝없이 펼쳐진다.
비에이.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졌다는 이 땅은
시간의 켜가 겹겹이 쌓여 있는 듯했다.
말없이 그 풍경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참 좋다…”는 말을 중얼거렸다.
가끔은 아무 말 없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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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 – 준페이에서의 한 끼




점심은 미리 예약된 준페이 식당.
버스에서 주문한 음식이 도착하자마자 나오고,
대량 주문이라기엔 제법 맛도 좋았다.


식사 후엔 인근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향긋한 커피 향이 퍼지던 그 순간,
대장은 여전히 그 커피 맛을 그리워하고 있다.
여행이 남긴 건 커피 한 모금 속 따뜻한 기억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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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의 호수와, 아이스크림

청의 호수는 그 이름처럼 푸른 빛을 품고 있다.
화산 활동이 만들어낸 이 신비로운 색감은,
카메라로 담아도 부족하다.
여기서도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지만,
매 순간이 특별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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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흰수염 폭포

투어의 마지막은 흰수염 폭포.
멀리 보이는 설산이 배경이 되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다가왔다.
영상으로 담아두었지만,
사실 마음속에 더 또렷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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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다시, 스스키노로
해가 지기 전, 우리는 다시 스스키노로 돌아왔다.
오후 7시 반쯤.
하루 종일 먹었음에도 또 아이스크림을 먹고,
그리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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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의 끝, 기억의 시작
이렇게,
삿포로에서 시작된 하루가 비에이와 후라노를 지나 다시 도시로 돌아왔다.
화려하진 않지만, 담백하고 따뜻했던 하루.
마치 오래된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듯,
이 여행의 기억도 천천히 내 안에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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